엘살바도르 정부가 새로운 “자유 비자”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암호화폐 백만장자들을 대상으로 삼은 이 프로그램은 100만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 또는 USDT 투자자에게 거주권과 시민권 취득 자격을 제공한다.
엘살바도르는 그동안 가상화폐를 법정통화로 채택한 선구적인 나라로 비트코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매력을 어필해 왔으며, 이러한 매력을 물씬 활용하여 새로운 자본 유입을 목표로 삼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매년 1000명만 참여 가능할 예정이며, 100만 달러라는 터무니없는 가격은 다른 국가와 비교되며 상당한 회의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엘살바도르, 자유비자 성공할 경우 10억 달러 투자 유치
대통령 나이브 부켈레의 행정부는 이번 주에 자유비자 프로그램을 도입한 소식을 알리면서, 매년 1000명의 부유한 투자자들에게 거주권과 시민권 취득 자격이 주어질 것을 홍보했다. 이 비자는 최소 100만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 또는 테더(USDT)를 예치한 것에 대한 보상으로 제공될 예정이다.
초기 신청비는 999달러이며 환불되지 않는다. 신청은 BTC 또는 USDT로 지불할 수 있고, 이는 전체 100만 달러 투자 금액에 적립된다. 신청에 성공한다면, 테더를 통한 KYC 인증 과정을 수행해야 한다. 테더는 인기 스테이블코인을 관리하는 회사이며, 이번 프로그램 출시를 돕기 위해 선정되었다.
만약 신청자 숫자가 채워질 경우, 이 자유비자 프로그램은 엘살바도르 금고로 10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채워 넣게 될 것이다. 이것은 바누아투처럼 비슷한 시민권을 제공하는 나라들의 자금 유입과 맞먹는 규모를 의미한다. 한편 비평가들은 다른 국가의 프로그램과 비교하며, 100만 달러라는 비싼 투자금과 높은 자격 대비 매력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암호화폐 애호가들은 왜 타깃이 되었을까?
엘살바도르는 2021년에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도입한 국가이며, 이는 암호화폐 회사와 투자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해 왔다. 현재 이 나라는 암호화폐 친화적인 명성을 활용하여, 새로운 해외 자본을 유치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선택된 것이 바로 비트코인 백만장자들과 테더의 광범위한 스테이블코인 유저 기반이었던 것이다.
부켈레 대통령은 이 나라의 미국달러 의존도와 IMF 같은 기관에 대한 민감성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비트코인 도입을 선택했다. 그리고 비트코인과 테더가 개입된 자유비자의 100만 달러 가격은 탈중앙화 가상자산을 사용하여 더 큰 경제적 통제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이들의 미션과도 상통한다.
이처럼 엘살바도르는 이 실험적인 비트코인 도입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자들에게 시민권을 제공하고자 한다. 이는 또한 부켈레의 금융 비전과 철학적으로 상통하는 투자자들을 위한 인센티브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이 나라가 단순히 자본흐름을 넘어, 암호화폐 산업 후원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이점을 제공한다.
엘살바도르, 현재 1억 3000만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 보유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한 이후, 엘살바도르는 2700개 이상의 코인을 축적했고, 이는 이제 1억 3000만 달러 상당에 달하고 있다. 대통령 부켈레는 이번주 트윗을 통해, 최근 비트코인이 4만 달러를 돌파했다고 밝혔고, 정부의 포지션은 거의 2년 만에 수익성을 갖추게 되었다고 밝혔다.
만약 비트코인이 이전과 같은 또 다른 불장을 보게 된다면, 엘살바도르는 이 작은 나라를 발전할 수 있는 엄청난 금액을 얻게 될 것이다. 물론 만약 비트코인이 성공적이지 않거나 자금 관리가 제대로 수행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이 수익 잠재력이 상당한 리스크를 수반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 채굴 인프라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추가 프로그램을 통해, 호주 기업 볼케이노 에너지 같은 회사들도 유치할 수 있었다. 이번 2월, 볼케이노는 이 나라 곳곳에 친환경 비트코인 채굴 시설을 개발하기 위해 10억 달러를 투자했다.
엘살바도르는 현재까지 세계 업계 관계자들의 지지를 활용하여, 비트코인 중심 전략의 검증을 돕는 계획을 그려내고 실행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이러한 성과는 자유비자의 무거운 요구를 감당할 수 있는 부자들을 향한 이 나라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할 것이다.
비평가들, 세계적으로 낮은 경쟁력 언급
엘살바도르의 최근 시민권 투자 계획을 바라보며, 비평가들은 오늘날 세계 곳곳에 더 저렴한 대안 거주권이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알타나 커런시 펀드의 설립자 아리스테어 밀네는 트위터를 통해, 여러 유럽 국가들이 시민권을 100만 달러보다 훨씬 저렴하게 제공한다고 지적했다.
카리브해 지역의 경우, 인접 국가들은 비슷한 황금 여권 기회를 훨씬 적은 비용으로 제공한다. 도미니카, 앤티가 바부다, 세인트 루시아 같은 곳들의 프로그램은 시민권이나 영주권 자격과 관련하여, 국채 또는 부동산에 대한 최소 10만 달러 투자를 요구한다.
이런 점은 최소 100만 달러(심지어 가상화폐로)를 요구하는 엘살바도르를 세계적인 문외한으로 만들기 충분하다. 오늘날 수익성 좋은 기술 인재들의 이동성이 더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 나라는 수요가 적은 카브리해 나라들과 비슷한 규모의 시민권 구매자를 확보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권 자격을 국채나 부동산 대신 비트코인과 테더 투자를 통해 제공함으로써, 엘살바도르가 나름의 독특한 암호화폐 기반 거주권을 고안해 낸 것도 사실이다. 이는 암호화폐와 탈중앙화 금융을 완전히 포용한 투자자들 사이에서 상당한 공감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부켈레 행정부는 나라 금융의 운을 비트코인의 장기 상승에 걸고 있기 때문에, 이번 자유비자는 그 전략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대외적인 자신감을 시사하는 지표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 높은 기대는 장차 세계적인 선례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혹은 엘살바도르가 시민권에 대한 높은 기준을 다른 나라의 조건에 맞춰 낮추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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